[시론] 디플레이션 대책, 더이상 실기(失機) 안돼

입력 2015-03-02 20:32   수정 2015-03-03 04:28

"일본형 장기불황 우려되는 경제
EU·中 등 주요국 돈풀기 적극적
한국도 금리인하 필요한 시점"

이현훈 < 강원대 교수·경제학 hhlee@kangwon.ac.kr >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운영체계로서 물가안정 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2013~2015년 물가안정 목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 기준 연 2.5~3.5%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 8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2년 12월 물가안정 목표 최저치에 못 미치는 2.3%를 기록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37개월째 한번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5월 이후부터는 매달 상승률이 떨어져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는 연속해서 0.8%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2013년 5월 정했던 연 2.5%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0월 두 번에 걸쳐 2.0%로 낮춘 이후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업무보고에서 “디플레이션 압력은 높아지고 있지만 디플레이션에 빠져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아마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일본형 장기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미로 말한 것 같다. 그러나 1990년부터 20여년의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은 소비자 물가가 마이너스대보다는 0%대에 있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일본이 겪은 인구 고령화, 제조업 공동화, 중앙은행의 소심한 대응 등이 한국과 닮았다.

이제 한국 경제에 어떤 외부적 충격이 가해지면 본격적인 디플레이션에 빠져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사전에 막지 못하면 물가하락→소비 및 투자감소→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축소균형의 늪’에 빠져들 것이다. 지난해 국제원유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한국에 첫 번째 외부적 충격이 가해졌다. 국제원유의 초과공급과 수요부족으로 국제원유 가격이 예전수준으로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이 충격은 현재진행형이다.

두 번째 충격은 세계 주요국들의 본격적인 디플레이션 진입이 될 것이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대부분 이미 디플레이션 상태에 진입했고 이웃한 일본과 중국도 디플레이션 상태다. 미국의 물가도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0.1% 하락했다. 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은 한국 수입물가 하락을 통한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줄 것이다. 경제개방도가 높은 한국은 외국의 디플레이션에 따른 사람들의 심리적 공조화까지 가세해 디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질 것이다.

미국에 이어 일본은 지난해 1월부터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해왔고, 유럽중앙은행(ECB)도 3월부터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중국 인민은행도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내린 데 이어 지난 1일 다시 0.25%포인트 내렸다. 이는 주요국 통화에 대한 한국의 통화가치 상승과 수출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해 디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금리인하는 가뜩이나 많은 가계부채의 증가를 초래할 거라고 우려하는데, 한은의 소심한 대응으로 본격적인 디플레이션 국면이 전개되면 채무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가계부채는 통화정책보다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시적인 정책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각 부문의 비효율을 해소하고 ‘돈맥경화’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한은은 일본은행의 ‘소심함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미국을 금융위기로부터 구출한 Fed의 벤 버냉키 전 의장과 재닛 옐런 의장의 단호함을 본받기 바란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현훈 < 강원대 교수·경제학 hhlee@kangwon.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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